가을 편지 by 정끝별
“화단에 연보랏빛 국화가 피기 시작했어. 하늘에서 내리는 비랑 햇빛만으로는 부족한지 비쩍 말라 죽으려고 했던 국화야. 국화는 여러 겹의 가는 꽃잎들이 피는데 동시에 다 피는 게 아니고 몇 잎씩 따로 피더라. 벌레 먹은 잎 위에 꽃잎 몇 장만을 펴놓은 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불구 같아서 징그럽기도 해.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꽃에도 병신 꽃이 있을까? 사랑에도 불구가 있을까? 며칠 전 껄렁한 영화를 봤어. 새와 돼지를 섞고 원숭이와 거미를 섞고 금붕어와 말을 섞어 손가락만한 생명체를 만드는 박사가 나와. 그런데 어느 날 약을 잘못 사용해 그 생명체들이 괴물로 변해 연구실을 부수고 뛰쳐나가 버려. 박사의 독백이 이래. “나는 내가 창조한 것들이 무서워. 그래서 그들이 있는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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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18.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