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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코 동굴 벽화 보면서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도 생각났어. 마지막 크리스틴 토마스 스콧이 혼자 죽는 것도 동굴 안이어서. 그런데 그 전에 둘이 다른 사람들과 동굴을 탐험한 적이 있었네. 클립 3:18ㅋ 줄리엣 비노쉬가 인디언 애인이 밀어주는 그네 탄 곳도 동굴이었던가. 은밀하고 좀 두렵기도 한 미지의 공간, 무의식의 공간적 상징일 것도 같은 동굴을 참 잘 쓴 영화네. 4:20 동굴 페인팅 장면은 이 영화 비기닝 타이틀 연상시키기도 해. 이 영화도 구석기 시대 미술 관련 추천합니다ㅋ
https://youtu.be/-JK_2ZDoz24
너무 매혹적이었던 비기닝 타이틀. 잘 만든 영화는 곳곳에 셀프 레퍼런스를 심어놨구나. 비주얼도 음악도 완전..
https://youtu.be/rAUJgjxNGd8
영화가 워낙 강렬했어서 나는 영화를 더 좋아하는데 이 영화의 원작인 마이클 온다체의 소설 “The English patient”는 영국 노벨문학상 같은-_-; 맨 부커 상 수상작을 모아 그중에서 또 선정한 골든 맨 부커상을 수상한 수작이야. 영화도, 소설도 추천. 사실 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들”이 더 꽉 짜인, 여러 모로 의미 있고 다중의 감동을 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남아있는 나날들도 물론 맨 부커 수상작) 여튼 골든 맨 부커상은 온다체 영국인 환자에게로 돌아갔지.
90년대 후반 남편 없는 주말에 혼자 보다 클리넥스 반 통 다 쓴 영화. 이튿날 날 밝자마자 서점에 달려가 앉은 자리에서 소설 다 봤는데 영화가 더 좋았던.
1차 대전 배경으로 한 스파이 영화. 로맨스 맞고. 참, 나 좋아하는 소설 중에 “프랑스 중위의 여자” 남자주인공 직업이 지질학자인데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선 명목상 지도제작자네.
우리 서양사 맨 처음 헤로도토스 나올 때도 이 영화 얘기한 적 있어. 영화 주인공이 딱 한 권 들고 다니는 책이 헤로도토스 <역사>. 여자주인공과 처음 만나 일행이 사막으로 여행 가서 모닥불 만들어 둘어앉아 이야기 주고 받을 때 여주인공이 들려준 이야기도 헤로도토스 책의 일화고.
예전 톡 다시 가져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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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두 남녀가 사막 모래폭풍에 갇혀서 밤을 보내게 되지 짚차 안에서. 교감은 있었지만 그게 다였던 둘. 여자는 남편이 있었고. 차 안에서 남자가 여자를 안심시키고 그냥 얘기만 하다 새벽이 다가올 무렵이었나 팔을 좌석 헤드레스트로 둘러서, 어깨 말고, 가만히 여자 머리를 만져. 아주 살짝. 여자의 표정이 좀 바뀌고..
https://youtu.be/ScxYHTik7BI
그러고 구출돼. 헤어질 때는 다시 현실로 복귀. 남자가 헤어지는 인사를 하면서 마담 어쩌구 공식적인 이름으로 여자를 불러. 여자 너무 서운해서 가슴이 무너지고. 그날 밤 파티에 남자가 안 와. 혼자 술 먹고 있는데 여자가 갑자기 들이닥쳐.
무작정 욕을 하면서 남자를 백으로 난타. 너무 서운하고 자기 감정도 어쩌질 못해서. 남자가 여자를 자제시키느라 붙잡고 안고 하다 스파크 파박. 그러고 여자의 하얀색 드레스를 부왁~
내가 그 장면이 넘 센슈얼해서 서점 오픈하자마자 가서 읽었는데 책엔 그게 없더라. 소설이 좀 짧고 그냥 둘이 사랑에 빠졌다 식. 그 격정의 장면이 없다니.
둘이 이제 서로 마음을 터놓고 맘껏 사랑하면서 욕조 장면도 있고 스푸닝 포지션인가 남자가 뒤에서 여자를 안고 그래. 여자의 몸에서 가장 아름다운 데가 어딘지 아냐고 그러면서 목을 손가락으로 더듬어내려가다 멈춘 곳이 목 정면 아래 쇄골 시작하는 부분의 우물처럼 옴폭 패인 곳.
그 알마시 백작이 헤로도투스 역사책 들고다녔잖아 거기서도 목 얘길 하든가 그런 것도 있었어 암튼.
괜히 얘기 꺼내서 클립 둘러보는데 이거 초반 장면. 사막의 밤에 일행이 모닥불 앞에 모여 하나씩 이야기 들려주는. 랠프 파인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에 이미 매혹되기 시작해. 캐서린(극중 이름)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대 리비아의 왕비 이야기. 다윗과 밧세바의 밧세바 버전. 왕이 부인 자랑하느라 신하(?)를 숨겨두고 왕비 옷을 벗게했고 왕비는 훔쳐본 남자를 불러 왕을 죽이고 자기랑 결혼하라고 한 이야기. 이 영화의 복선이 되기도 하는. 클립 중간에 Off with his head! 하는 바보 같은 남자가 믿기지 않겠지만 콜린 퍼스. 젊은 랠프 파인즈 아주 예쁘네..
https://youtu.be/2dCLQWW7GQo
잉글리쉬 페이션트 작가 마이클 온다체 영국 사람인 줄 알았더니 캐나다인이네. 몇 년 전에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골든 맨 부커상 수상. 골든 맨 부커는 또 뭐야. 영국의 맨 부커상, 노벨문학상, 미국의 퓰리처상이나 도서관협회상처럼 유명한 어워드. 맨 부커 프라이즈. 맨 부터 인터내셔널 따로 있는데 그게 지난번 한강 작가 수상한 거.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다른 주인공인 줄리엣 비노슈가 그네 타고 벽화 둘러본 건 오래된 성당이었네. 낡고 지금은 찾지 않는 폐허 같은 곳에 먼 옛날 인간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남녀라는 공통점이 있는 장면 https://youtu.be/_uSQ8qHkwHY
이 장면이 참 좋았는데. 폐허라는 공간, 거기 묻혀버린 인류가 만들어낸 아름다움, 전시에도 굳이 그런 걸 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예술에 대한 갈망, 전쟁통에 얼토당토 않은, 비합이적인 욕망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걸 감상하도록 도와주는 남자, 인도인 장교와 백인 여성 간호사의 인종과 성별의 비대칭적인 권력관계를 슬쩍 비틀어버린 것까지 다 마음에 들었던, 어떤 상징 같기도 한 장면.
이 그네 장면이 소설에도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작가 마이클 온다치나 감독 앤써니 밍겔라, 적어도 둘 중 한 사람은 예술에 대한 감수성이 몹시 예민한 사람인듯. 초반 전신 화상을 입은 신원 불명의 중환자가 오직 한 권, 헤로도투스의 <역사>만 가지고 다닌다는 설정부터 나한테는 Hook이었는데.. 간호사한테 맨날 읽어달라고 한 것도, 사막의 밤에 둘러앉아 2500년 전 책의 일화를 나누는 것도 모두. 음, 다시 보면 전 같지 않고 영화가 납작하게 보여 이 좋아하는 마음이 날아가버릴까 두렵군>_<